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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등대의 보름달

버들라인 2006. 10. 8. 12:52

토요일 오후 오랫만에 남편이랑 울기 등대를 갔다.

작년 가을 운전 면허가 취소 되어서 잘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모처럼 나섰다.

긴 연휴로 무료감이 쌓여서 답답한 터라

직행 버스로 방어진으로 가기로 하였다.

 

디카를 챙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인지

소녀처럼 들떻다.

 

늘 차로 등대안까지 들었갔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 보는것이 처음이라

차를 타고 스치듯 보는 풍경과는 달리 새로왔다.

 

그동안 느끼지 못한것을 참 많이 볼수가 있었다.

고급빌라가 들어서 있고

관광지면 흔하게 보는 대형 음식점이 많이 들어서 있다.

 

해변가 모래사장에는 햐얀파도가 거품을 토해 내고 있다.

긴 직선 일차선 도로에 간간이 승용차가 지나고 한적 했다.

 

남편은 말이 적은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은 내 수다로 매꾼다.

장난을 시작 했다.

 

"여보 우리 손잡고 가자.

다른사람들 우리 더러 불랑커풀이라 할까?"

 

남편손을 빼앗아 잡았다.

 

" 넘사스럽게 와 이라노!"

쑥스러워 손을 뿌리 치지만 가사노동으로 길러진 내 팔힘에서 꼼짝도 못하고

잡혀 있었다.

 

한적한 시간이라 남편도 더는 거절 하지 않았다.

예전 근 삼십여년전 태종대 산책길을 걸어 가는 연애때 생각이 나서

참 행복 했다.

 

공원에 들어서서 솔밭을 걸으며 해변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 보며

장시간 산책을 하였다.

 

대왕암 다리를 건너 갈때 양면으로 파도는 너무나 출렁거러서

남편 뒤를 바싹 따라 걸었다.

작은 골짜기에 동해바다 파도가 와서 부닷칠때는

높은 파도의 잔재가 무심고 걸어가는 나그네 옷을 적셨다.

 

나와 남편도 반대쪽을 바라 볼때

흠벽 적셨다.

 

오랫만에 아이처럼 깔깔거리고 웃었다.

 가을 하늘이 맑게 게여서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 볼수 있었다.

참 드문 행운이었다.

 

동해에 넒은 바다를 가슴에 안아 보는 행복한 날이었다.

 

즐거운 산책이 끝날때 쭘

어두움이 내리며

둥근 보름달이 떠 올라 내 맘 소녀가 되어

보물이라도 찼는 아이처럼

"여보 달이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팔월 보름 참 즐거운 날로 기억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