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길 가계로 가는 모퉁이에 모가나무가 있다.
여름날 모가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지금은 노란 황금빛을 띠면서 향기가 바람결에 날려 코끝을 자극한다.
작은뜰을 가득매운 모가나무는 풍성한 잎사이로 여느해 보다 더욱 많이 황금빛이
눈에 띤다.
마침 모가를 따고 계셨다.
친분이 있는 지인이라 한두개를 부탁하였지만 여러개를 가방에 넣어 주신다.
의상실에 꺼내어 놓았을때 향기는 실네를 가득 매운다.
난 모가나무를 보면 문경 외가가의 가을이 생각이 난다.
사랑채 뜰에 무궁화나무와 세월을 알수 없는 모가나무가 있어서 가을이면 풍성히 달렸다.
사랑채 마루에서 바라보는 노란 모가는 참 아름답고
그 향기는 코끝을 자극했다.
아홉살 위인 외숙은 제일 탐스런 황금빛의 모가를 따주었고
먹는 과일인가 싶어 한입 베어 먹은 그맛은 여직 신맛이 입속에 남아 있다.
떨은 감을 따서 먹으라고 주어서 한입 베어 먹고 어쩔줄 몰라 하던 그때
어린시절초딩에 입학하기 전에 늘 외가에서 자란 나에겐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린시절 늘상 업어주던 외숙은 가끔 전화를 해 주시면서
올여름 휴가는 집에 오라고 하시지만
결혼후엔 할머니께서 생전에 계실때 한두번이 고작이고
돌아가시고 난뒤 첫제사후 못가고 있는 형편이다.
오늘아침 일찍 전화 벨이 울린다.
054라는 표시.........
"숙아, 외숙이다."
참 오랫만에 들려오는 목소리다.
어쩌면 모가나무를 보고 어린 꼬맹이로 남아 있던 내가 보고픈가 보다.
요사이 살아 가는 안부만 전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모가 향기를 함께 전해 드려야겠다.
그리고 내 어린시절 꼬맹이가 되어 외숙의 조카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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