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새벽에 걸려 온 전화
"누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
너무나 일찍 64세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때 61세 되던해 아버지께서 간경화로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회복되어 퇴원하시고
울산 우리집으로 오셨습니다.
일주일을 함께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남은 시간을 아시는 것처럼 저에게 마지막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찍 결혼하여 너를 낳고 키우며 그때가 제일 행복하였을 때 같구나.
다 같은 자식이지만 넌 늘 특별했다.
바빠도 엄마 동생들 잘 살펴라."
이미 아버지께서 마지막 여행이라 여기신 듯 했습니다. 그리고 삼 년 뒤 떠나신 겁니다.
그날이 오늘 기일입니다.
늘 따뜻하시던 아버지를 얼떨결에 떠나보내신 겁니다.
아버지 사랑이 남달랐기에 추억도 많고 며칠 전엔 갑자기 아버지가 그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이 나이에.......
어머니께서도 작년 90세 생신 때 하시는 말씀이 딸이라도 아들 같이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하시더군요.
병원에 계실 때도 의식이 돌아오면 저만 찼아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일흔 살이 가까이 되어 고아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대한석탄공사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하셨는데 연장 근무가 있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회사 사무실 쪽으로 갔습니다.
경비실에서 보면 광부들이 나오시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일이 나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그곳을 식구들이 떠나고 싶고 이 옷 만드는 일이면 충분히 그 산골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당신이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곳을 떠나고 싶어 5공시절 제주도를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자식들은 다른 일을 하기를 원하셨고 지금은 각자 사업, 공무원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가을이 오고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이 오면 아버지와 살던 어린 시절 언덕길에 피었던 코스모스가 생각납니다.
제주도에 언니도 아버지 생각이 났는지 한 묵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