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시작된 비,
일기예보에 제주엔 200미리 울산엔 150미리라고 하였지만 오후 6시 무렵 조금씩 내리더니 계속 빗줄기가 강해졌습니다.
새벽 무렵에는 예전에 들어 보지 못했던 집중 폭우가 내리는 듯 잠결에도 느껴졌습니다.
출근길 어제와는 다르게 늘 입던 옷이지만 환기가 느껴졌습니다.
유난히도 이곳 장춘로길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열매가 많이 달려서 아직 노란 열매가 달려 있지만 인도 쪽으로
엄청난 양이 노랗게 수를 놓았습니다.
이리저리 피하며 걸었습니다.
가게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러고 하는데 사십대쭘 되어 보이는 남성이 정중하게 저에게
"배가 고파서 그럽니다. 컵라면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망설이며 어렵게 말하는 모습이 참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제가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니까 17년 전 쭌이 아닌가 싶습니다.
멀쩡한 청년이 저에게 구걸을 하는 겁니다.
그시기 카드대란으로 세상이 참 혼탁스러웠을 때였습니다.
나 역시 매장 입주해 있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많은 걸 잃어버리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그 시기였습니다.
고향으로 가려해도 차비가 없다고 하는 딱한 입장이라고 하기에
"제가 이사를 하고 어수선한데 오늘 일을 도와주면 차비를 드리겠다."라고 하였더니
바로 도와주고 난 그 청년에게 얼마를 주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천주교 신자로 살면서 난 이런 일을 그냥 못 지나쳤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끔 찾아 오는 교우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깍쟁이지만 그런 일에 지갑을 잘 열었다고...........
사실 요즘 사는 것이 각박하다 보니 내가 그러고 살았나 싶습니다.
참 혼란스러운 세상 같습니다.
먹을 것이 이렇게 넉넉한 이때 컵라면 하나만 하는 구걸 하는 이가 있으니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씨가 내 마음을 울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의상실을 오픈하여 이상할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을 벌어 봤습니다.
그래서 사실 어려운 사람에게 몇 푼 적선하여 주고 나 자신이 오만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이 삶을 난 정말 감사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나눌 만큼 넉넉지는 않지만 나에게 허락한 지금을 주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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