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이모님댁으로 갔다.
일층 현관에서 호수 호출을 하고 열리는 입구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고 오층에 내렸다.
벌써 오빠께서 나오셔서 현관 문을 열어 놓으시고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숙이 너 참 오래만이군아."
반갑게 맞으시는 오빠
"니가 어짠 일이고.."
억샌 사투리에 이모께서 바느질을 하시다가 반가워 하신다.
아닌게 아니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산것이다.
" 이모 보고 싶어서........"
정말이야고 묻으시는 이모 , 이제 나이들어 쓸모 없으니 찼는이도 없다고 늘 외로와 하시는데
자주 찼아 뵙지 못해 맘 한구석이 늘 짐이 되었었다.
과일을 내어 오는 올캐언니
염색하지 않은 히끗한 머리 .
참 오랜세월 함께 지냈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생각한 시간보다 사오십분이 지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가씨 , 오빠가 텃밭에 심은 상치와 배추시래기야..."
제작년에 퇴직을 하신 오빠는 작은 텃밭을 마련해 상치와 배추를 심었다.
이모와 나들이 주로 가시는곳
.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자라신 이모를 위한 오빠와 언니의 배려로 시작한 일이다.
연세가 드셔서 많은 일은 하시지 못하지만 텃밭에 가서 지내는 시간은 너무나 좋아하신다.
아파트생활을 답답해 하시는 이모는
시도 때도 없이 밭으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오빠가 곤욕을 치루시지만.........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하기 위해 가지고 온 채소를 씽크대에 올려 놓았다.
손가락 마디 만큼 자란 상치
저녁 밥상에 고등어 구운것과 시래기 고등어 졸임 야채 무침으로 상을 차렸다.
싱싱한 야채무침을 좋아하는 친정식구들은 자주 해서 먹는다.
예순을 바라 보는 올캐언니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다.
삼일만에 간 이모집
다른때 보더 더 반가워 하며 주방으로 끌고 가는 언니.
"아가씨 어제는 왜 안왔어."
이틀이 멀다하고 아이까지 달고가서 새각시 언니를 힘들게 했지만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던 새언니
상치 다발을 꺼내어 놓는다.
반쯤 상한 상치
사실인즉 이모께서 묻쳐보라며 사오셨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끙끙거리며 기다렸다고 한다.
결국 반만 건지고 다 버리게 되었다.
오이를 어슷썰어 상치 와 오이 삼대일로 넣고 가벼운 양념장을 만들어 묻쳐 점심 식탁에 올렸다.
오래만에 올라온 야채무침에 손이 다 갔다.
나 역시 참 오래만에 야채묻침을 맛 있게 먹었다.
남편 좋아하지 않으니 가끔 만들어 보지만 버리는 것이 더 많아 잘 하지 않았다.
겨울초를 묻치는 이른 봄이면 남편도 "여보 이모님 갔다 드려.."한다.
서울토박이 언니 보다는 내가 만든 것절이를 좋아 하시는 이모...........
"이모 상치 것절이가 맛있어. 우리 언제 양픈에 밥 비벼먹자....."
너무나 좋아 하시는 이모.
이번 약속 나물이 더세어 지기전 꼭 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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