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베란다 프라스틱 통을 통하여 윗층에서 내려 오는 명쾌한 소리.
그 소리가 울려 지하에 긴 배수관의 울림과 더욱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고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화음이 되어서 더욱 아름답다.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차들은 흐르는 물을 가르며 더위에 힘들어던 내 심신을 편하게 하여준다.
더욱 더 세찬 빗줄기는 더욱 강한 소리로 내 귀가에서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맥스 연주처럼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창을 열고 심 호흡을 해본다.
이른 새벽처럼 어둑한 시야
강하게 내리던 빗물은 언덕을 타고 흐른다.
비가 내리는 아침
모닝커피를 들고 시간도 잊고 난 노란 우산을 쓴 소녀가 되어 빗길을 걸어본다.
20년 전 이때쯤
퇴근시간이 되어 소나기가 내렸다.
친구와 난 눈을 마추고 미소를 지으고 약속이나 한듯이 비속을 뛰었다.
우리 동네로 가는 시내버스 79번을 타기 위해 지금 롯데백화점이 있는 예전 부산상고앞 까지 말 그대로 질주를 하였다.
우린 서로의 몰골을 처다 보고 깔깔거리며
빽을 가슴에 안고 힐을 신고 뛰는 모습은 말 그대로 가관이였을 것이다.
그냥 비가 좋아서 이십대에 해보았던 장난
집으로 들어가서는 어린 동생들 앞에서 삼춘께 혼이 나고
뒷날 삼춘의 말씀처럼 감기로 댓가를 치루어야했던 내 젊은날의 초상화...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 난다.
내 젊은날의 초상화 ............
출근길 우산을 쓰고 걸어보아야겠다.
꽃무늬가 그려진 딸애 애쁜 우산을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