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속에서

50년 전 그때

버들라인 2024. 1. 19. 13:28

한반도를 몰아친 냉기가  울산에도 어김없이 몰아 칩니다.

지금 11시가 다 되어 가지만 영화 5도, 보기 드문 찬 날씨입니다.

다른 나라와 지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추위에 움츠리게 됩니다.

여유로운 시간에  면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감주를 만드는 댁이 많은데 가게 오시는 몇 분들께 만들어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시는군요.

면이 적당히 20 수로 만들었습니다.

엿기름을 주머니에 넣어 주면  번거로움 없이 만들 수 있어서 몇 단계를 걸치지 않아도 되니  참 좋습니다.

면주머니

얼마 전 J방송에서 하던 드라마를 즐겨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제주 배경이라 보기 시작하고  배우들 어설픈 사투리에  내가 이십 대 때  제주사투리를 접하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힘들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오십년 전 성인이 되어 찼은 제주도.

혼자 가는 첫길이었습니다.

부산 숙부댁에서 출발하여  중앙동 여객터미널에서  서귀포로 가는 작은 여객선을 타고 밤새  뱃멀미를 얼마나 하였는지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성산포에서 내렸습니다.

달랑  주소한장만 들고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도착하여  또 버스를 타고 516 행단도로에서 내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 지나는 분께 주소를 보여 드리고 물어보니

"영영~가서 영 갑서."

밤새 멀미로 고생하였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로 짐작만 하고  동네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들었갔더니 동네가 나왔습니다.

동네 복판에  있는 우리 집은  쉽게 찼아서  대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며 들어갔더니 어머니와 동생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방학이면 혼자서라도 외가 문경을 잘 찾아가고 여행경험이 많아서  어디를 잘 다니는 편이라 혼자 처음 타 보는 배도 호기심만 가득했지 멀미라는 건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제주시에서 그 당시 도라지호, 아리랑호가 있었고 얼마 지나서 카페리도  생겼습니다.

 "귤나무는 대학나무."그러던 5 공화국 시대  펜대만 잡던 아버지께서 과수원을 하겠다고 제주도로  정착하셨으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언어가 참 어려웠던 겁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집들이 그 시대 때 지어진 집들인데 우리 집도 그랬습니다.

방 셋 칸에 마루 그리고 화장실은  저 멀리 있어서 밤엔 무서워웠던 기억.

얼마 지나 아버지께서 딸들을 위해 화장실을 집 가까이  새로 지어 주셨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새록새록 잊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부모님 외 분들께 삼촌이라 불려야 했고 친한 분들은 저에게 " 조카야" 그리 부렸던 기억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새록새록 잊었던 기억들이 떠 오릅니다.참 많은 것을 잊고 살았군요.

 

우리집에 제주 분 부부가 계셨습니다.

 오년 정도 사셨는데 사업으로 집을 자주 배우니 그 두분이 동생들 보호자 였는데  내가 집으로 가면 아주머니 아니 삼춘은 바다로 가서 소라와 전복을 따 오셨는데 참 맛 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번 어머니 장례때는  그냥 지내고 왔지만 언제쭘  정겹던 삼춘들을 찼아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내 나이가 이쭘 되고 보니 참 많은 이가 떠나기 전 뵙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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